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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스토리[강제 노동] GSN의 제임스, 생존자들의 빛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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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일을 진심으로 합니다. 옹호는 그저 말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어떤 아이도 우리처럼 고통받아서는 안 됩니다.”


이 말은 가나의 글로벌 생존자 네트워크(Global Survivor Network, GSN) 가 진행한 캠페인의 1주년 기념 워크숍에서 제임스가 발표하며 전한 이야기다. 그의 말이 끝나자 강당 안은 박수와 따뜻한 미소로 가득 찼다. 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그 용기와 확신은 듣는 이들의 마음에 깊이 닿았다. 하지만 지금의 제임스가 되기까지, 그는 오랜 시간 아픔과 싸워야 했다.


11년 전, 제임스는 열한 살 소년이었다. 가나의 한 가난한 마을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가던 그는 먹고 살기 빠듯한 삶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데에 온 힘을 쏟아야 했으며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에게 한 줄기 희망처럼 삼촌이 찾아와서 “제임스를 데려가 학교 교육을 시키고, 더 나은 환경에서 살게 해주고 싶어요.”라는 말을 했다. 제임스의 부모님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아이를 위해서라는 생각에 그 말을 믿기로 했다.


제임스는 가나 서부 국경 근처의 작은 마을로 옮겨졌고, 처음 몇 주간은 학교도 다니고, 나름 안정적인 일상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꿀 수 있었다. 마치 진짜 더 나은 삶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 일상은 너무나 짧은 시간에 끝이 났다.


방학이 시작되자 삼촌은 이번엔 제임스를 국경 너머 코트디부아르로 데려갔다. 제임스는 그저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새로운 여행이라고 믿고 따라갔다. 하지만 그 여정의 끝은 한 호숫가였다. 삼촌은 그를 낯선 배 주인에게 넘기며 말했다. “학교가 다시 시작되면 데리러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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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끝내 거짓이었다. 제임스는 어업을 하는 배 위에 던져졌다. 수영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그는, 깊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며 공포에 질렸다.


매일 새벽 어둠이 채 걷히기도 전에 잠에서 깨어, 찬 물결이 이는 호수 위에서 무거운 그물을 던졌다. 작은 실수에도 그는 매질을 당했고, 도망치기라도 할까 끊임없는 위협 속에 살아야 했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순응해야 했고, 버티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한창 뛰어놀고, 꿈을 꾸어야 할 나이에 제임스는 생존 그 자체가 유일한 목표가 되어버린 삶을 살아야 했다. 그렇게 소년의 시간은 점점 희미해졌고 마음은 상처로 짓물러갔다.


그렇게 지쳐가던 어느 날, 호수 위에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제임스의 형이었다. 형은 제임스를 보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충격을 받아 얼어붙었다. 제임스의 가족들은 제임스가 삼촌과 함께 가나에서 지내며,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동생이 물속에서 그물을 던지며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었다.


그날 형의 등장은 제임스에게 잠깐의 희망을 품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배 주인은 제임스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날의 만남은 안타까운 이별로 끝났고, 제임스는 다시 그 악몽 같은 삶으로 돌아가야 했다.


구출의 가능성이 비친 순간도 있었다. 형은 제임스를 몰래 데려가려 했지만, 배 주인의 손아귀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지 않고 제임스의 가족은 삼촌을 설득했고, 마침내 제임스를 데려올 수 있었다. 그러나 제임스가 극적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가족은 자신도 모르게 인신매매에 아이를 넘긴 사실에 깊은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꼈고, 그 감정은 곧 제임스를 향한 거리두기로 이어졌다. 아무도 그를 공개적으로 탓하지 않았지만, 눈에 띄는 침묵과 무심함이 그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그래서 제임스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와 트라우마는 점점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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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육체에 남은 흔적보다 마음의 깊은 곳에서 더 오랫동안 그를 붙들었다. “예전의 저는 공부도 참 잘하고 똑똑했어요. 그런데 그 일을 겪고 나선 수업 시간에 손도 못 들겠고, 질문도 못 하겠고… 선생님한테 말 걸기도 무서웠어요. 뭔가 잘못 말하면 또 혼날까 봐, 그냥 조용히 있는 게 편했어요.”


그렇게 그는 침묵 속으로 조금씩 더 깊이 숨어들었고, 세상과의 연결은 점점 끊어져 갔다. 하지만 그런 제임스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가나의 ‘생존자 네트워크(Global Survivor Network, GSN)’였다. GSN은 IJM이 설립한 글로벌 공동체로 인신매매 생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고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연대 조직이다. 이들은 단순히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 내에서 인식 개선 활동, 법과 정책 변화 촉구, 생존자 보호 체계 개선을 위한 자문까지 감당하며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는 아이들을 지켜내는 실질적인 행동가로서 살아가고 있다. GSN은 제임스가 다시 세상과 연결되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돕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처음 GSN에 참여했을 때 제임스는 말 그대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소년’이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웠고 자기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를 지켜보던 IJM의 사회복지사는 늘 조용히 곁에서 말해주었다. “제임스, 넌 할 수 있어. 네 이야기는 세상을 변화시킬 만큼 정말 중요해.” 그 단순한 말 한마디가, 제임스의 무너진 내면을 조금씩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제임스는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손이 떨리고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지만, 발표가 끝날 때면 누군가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주었다. 그 작고 조심스러운 경험들이 쌓이며, 제임스는 자신 안에 잠들어 있던 힘을 발견해갔다.


이제 제임스는 더 이상 두려움 속에 갇힌 소년이 아니다. 그는 지금 가나 중부 Gomoa West 지역 GSN 의 ‘임팩트 메이커스’의 회장으로,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초기엔 단 10명으로 시작했던 이 네트워크는 어느덧 32명의 생존자들로 구성된 모임이 되었고 그들 각각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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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N의 활동은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 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인신매매의 위험성을 알리고, 사회복지 담당자들과 긴밀히 협력한다. 지역 교회, 마을 리더들과도 손잡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보호망을 만드는 데 앞장선다. 심지어 때로는 인신매매의 가능성이 있는 가해자가 부모일지라도 그들에게 직접 찾아가 이야기하며 변화의 씨앗을 심는다. 지역 축제와 모임에서, 이들은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닌 이야기꾼으로 단상에 선다. 사람들은 이제 그들을 ‘피해자’가 아닌 ‘변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바라본다.


“우리는 과거의 피해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 스스로의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생존자도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는 공동체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행동해야 할 시간입니다.” 라고 제임스는 말한다. 최근 그는 지역장과 함께 협력하여 아동 인신매매를 공식적으로 금지하는 마을 조례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제임스의 목소리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그는 회복의 길을 먼저 걸어간 자로서, 다른 생존자들이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빛이 되어 주고 있다. 그의 존재는 희망의 언어로 공동체를 다시 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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