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IJM 캄보디아 방문기, 후원으로 세상이 나아진다는 증거가 있을까요?

IJM Korea는 지난 4월 IJM 캄보디아를 방문해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지원들이 필요한지 살펴보고 왔습니다. 그동안 서류나 자료만으로 만났을 때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사정이 현장에 직접 가보니 새로운 사실이 되어 다가왔습니다. 물론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기에 여전히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더 많겠지만, 이곳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던 현장과 직접 가본 현장은 의미 있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캄보디아는 강제 노동 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60만 명에서 100만 명가량의 인구가 강제 노동의 위협에 놓여 있는데요, 이는 캄보디아의 산업 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농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캄보디아는 최근 심해지는 이상 기후 탓에 개인과 국가의 경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2022년, 평소보다 이른 우기로 인해 캐슈너트의 수확량이 평년에 비해 40% 넘게 줄면서 캐슈너트 농가의 부도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변수가 워낙 많다 보니 안정적인 미래를 구상하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캄보디아에서는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취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런 캄보디아 국민들을 대상으로 취업사기가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농사 외에 다른 일을 해본 적도 없고, 교육 인프라가 적절하게 제공되지도 않다 보니 정상적인 일자리와 불법적인 일자리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이런 이들을 대상으로 인신매매 브로커들이 시골에서 가난하게 사는 이들을 고수익 일자리로 꾀어 강제 노동 현장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출장 이튿날 참여한 현지 세미나도 이러한 위협에 놓인 이들을 대상으로 취업사기 피해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습니다. 취업사기의 몇 가지 특징과 취업사기가 의심될 때, 그리고 취업사기로 피해를 당하고 있을 때 상담할 수 있는 방법을 주민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또한 말레이시아에서 취업사기를 당해 재산과 가족을 잃은 한 생존자의 증언으로 취업사기로 인한 강제 노동의 참혹함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산업 구조가 취약한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를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규제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지나친 규제와 단속으로 자칫 해외 취업이 감소하게 될 경우 캄보디아 국가 경제와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캄보디아 경찰을 비롯한 정부 기관이 정확하고 세밀한 수사와 취업 사기를 단속을 하기에 인프라가 부족하기도 합니다.

 

그러는 사이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를 비롯한 인신매매는 마치 하나의 산업처럼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런 딜레마 사이에서 캄보디아는 해외 취업 사기의 중심 지역이 되었습니다. 캄보디아 주민들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의 주민들까지 해외 취업 사기의 피해를 보게 되는 일종의 허브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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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는 이처럼 취약한 경제 구조, 사회 전반의 인식과 분위기, 미비한 법률 등 강제 노동을 비롯한 인권 문제가 계속될만한 요소들이 참 많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는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수준이죠. 이러한 현실 때문에 누군가는 캄보디아의 강제 노동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할지도 모릅니다.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희망은 있습니다. 오히려 어느 한순간 갑자기 새로워질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마저 생길 정도입니다.


먼저 캄보디아 정부가 변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습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는 경찰이 승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IJM의 교육을 듣도록 했습니다. 캄보디아의 인권 실태는 어떠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이 할 일에 대해서 알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취하게 됐습니다. 이를 비롯해 캄보디아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IJM과 다양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정부가 적극적인 관심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기에 캄보디아의 강제 노동 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IJM을 비롯해 20여 개의 NGO 등 다양한 기관에서 강제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어떤 기관은 강제 노동 피해자를 구조하고, 다른 기관에서는 구조된 생존자를 돌보고 치료하며, 또 다른 기관에서는 생존자에게 불법적으로 해를 끼친 피의자를 잡아 법의 심판대 위에 세웁니다. 하나의 기관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여러 기관이 각자 자신의 특성에 맞춰 서로 협력해 일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으로 사회의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강력한 법률이 제정되기도 합니다. 과거의 판례와는 달리 의미 있는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작지만 이러한 변화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당장의 변화는 어쩌면 조금 작아 보일지 모릅니다. 당면한 문제에 비해 해결되는 속도는 너무 느린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들이 쌓여 언젠가 문제가 해결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그랬습니다. 전쟁 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더 잘 살기 위한 국민들의 치열한 노력과 대한민국을 긍휼히 여긴 국제 사회의 헌신이 쌓여 세계 10위권 내에 드는 강력한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대한민국의 50년대를 경험했던 이들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일이 이제 현실이 되었듯, 캄보디아 역시 많은 이들이 꿈꾸는 현실을 마주할 수 있을 겁니다. 이날을 꿈꾸며 IJM은 계속해서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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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캄보디아에 방문하기 전까지 의문이 있었습니다. 캄보디아의 주된 문제는 강제 노동입니다. 그런데 캄보디아 주민들이 그 노동의 현장으로 가기까지 납치나 협박 같은 엄청난 폭력행위가 있지는 않습니다. 브로커가 해외의 괜찮은 고수익의 일자리가 있다고 소개하고, 주민들은 욕망에 따라 지금의 자리를 뒤로하고 불확실한 선택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피해자의 잘못된 선택일 뿐인데, 이로 인한 문제를 IJM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해결하려고 나서는 일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개인이 좀 더 지혜롭게, 욕심부리지 않고 현명하게 선택한다면 사라질 문제가 아닐까 하고요.



그러나 이는 한국의 사무실에 앉아서만은 이해할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한국은 인프라도 좋고, 산업 구조도 탄탄합니다. 선진화된 사회이기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좋은 선택'과 '더 나은 선택'의 갈림길에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빈곤의 위험에 빠지기는 어렵습니다. 설령 빈곤에 몰리게 되더라도 다양한 사회 안전망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살던 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단단한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캄보디아는 달랐습니다. 캄보디아 주민들은 평범한 방식으로는 빈곤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굶어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은 인신매매 브로커들이 소개하는 일자리가 어떤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생각할 힘을 앗아갑니다. 지금껏 살아온 대로 살겠다는 '나쁜 선택', 그리고 해외에 취업 사기를 당해 고통을 겪게 되는 '더 나쁜 선택', 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이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책임을 묻는다는 게 너무나 가혹하다는 것을, 캄보디아에 직접 가서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단 나흘이면 느낄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요.



돌이켜보니 우리나라 역사에도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과 같은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성착취를 당한 위안부, 탄광이나 공사 현장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장밋빛까지는 아니더라도 더 풍요로운 삶을 기대하며 목적지에 이른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약속과 다른 노동의 착취와 열악한 환경, 그리고 폭력과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이었습니다. 그들을 착취한 이들은 이에 대한 사과와 피해 보상을 요구할 때마다 '그들이 희망해서' 왔기에 보상할 의무가 없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하나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들은 분노합니다.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에 분노하던 저 역시 잘 모른다는 이유로 캄보디아의 강제 노동 피해자들에 공감하지 못했던 것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불과 100년 전 우리의 조상들이 겪었던 고통을 여전히 안고 사는 이들의 삶,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가 이겨낸 경험이 있기에 더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자유로워지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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